상세정보
당신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저자
정소담
출판사
행성B
출판일
2019-05-20
등록일
2019-10-2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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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무례한 이들에게 바치는
63편의 ‘개념 찬 관계 리셋’ 이야기

‘사회생활은 눈치가 반이다’는 말이 있듯이 눈치는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술로 여겨진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면 주장을 잘 펼치지 못하거나 나를 잃어버리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적당한 눈치는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눈치를 챈다’는 건 상대의 마음에 대해 그만큼 신경 쓴다는 의미, ‘눈치를 본다’는 건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눈치론’을 밝히고 있다. 즉 《당신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는 달리 말하면, 주로 인간관계에서 배려가 부족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등의 무례한 이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가령 함께 간 한정식 집에서 리필 안 되는 간장새우 혼자 다 먹는 사람, 선배 또는 직장 상사는 밥을 사는 게 당연하다 여기고 번번이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 함부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자기 생각을 펼치는 ‘판관 포청천’ 유형의 사람, 그리고 상대 얘기는 제대로 듣지 않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기 얘기만 실컷 떠드는 사람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그래서 너무도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당신’들의 얘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눈치 꽝’에서
‘눈치 고수’로 거듭나기까지

작가 정소담은 매거진 《맥심》에 여성의 속마음을 솔직하고 시원하게 전하는 글을 연재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칼럼니스트다. 이 책을 통해서도 누구나 알아야 하지만 누구도 쉬 알려주지 않는 눈치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역시 저자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서두에서 “지난 세월은 ‘눈치’라는 것 하나를 전리품으로 얻고자 한 치열한 투쟁의 과정”이었다고 밝힌다. 왜 그토록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며 눈치를 장착하려 했던 것일까. 그 이유를 저자는 자신이 그동안 눈치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초등학교 자기소개 시간에 외동딸이라고 말하면 “어쩐지 그런 것 같았어” 식의 반응을 접했고, 이후 어른이 되어서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 친구를 붙잡고 새벽 다섯 시까지 술을 먹이거나, 상을 당한 친구에게 조의금을 빌리는 등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더럽게 이기적”인 나날을 보냈다.
물론 이제는 외동딸이라는 고백에 의외다, 형제 많을 것 같다는 반응을 접하게 되었으며, 눈치 없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당당히 세상에 내놓을 정도로 눈치계의 고수가 되었다.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영리한 눈치가 필요하다

‘산미치광이’라는 학명을 가진 동물이 있다. 온몸에 길고 뻣뻣한 가시털이 덮여 있는 호저. 호저는 날씨가 추워지면 서로 모여들어 체온을 나누는 습성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만다. 쇼펜하우어 선생은 이걸 두고 ‘호저의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타인으로부터 따뜻함을 구하고자 하면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 -88쪽

저자는 사회에서 이 ‘호저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을 거리를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거리를 유지하면 될까. 함부로 선을 넘곤 하는 사람을 어떻게 차단해야 할까.

호기심 많은 게 천국처럼 좋은 건 줄 알던 때가 있었다. 그건 아마도 〈호기심 천국〉이라는 귀여운 제목의 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20년 전 즈음. 나이 들어보니 누군가의 왕성한 호기심은 타인에게 지옥을 선사할 때가 더 많더라. 호기심.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한 인간에게 쏠리는 순간을 우리는 경계해야 하는데, 특히 당신이 누군가의 상사라면 고용인에 대한 호기심은 적당히 갖는 것이 좋다. -67쪽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업무 관계에 놓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때로 이를 망각하고 함부로 선을 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고의로 선을 넘고 그 관계를 흩뜨려놓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가시를 숨긴 채 친절을 가장하거나, 친분을 가장하거나, 정을 가장하여 상대에게 접근한다. 선을 넘은 그 사람이 상사이거나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 입장에선 당연히 부담을 느끼고 잔뜩 움츠릴 수밖에 없다. 친구 관계가 아닌데, 친구 관계에서나 물어야 할 호기심 어린 질문들은 고용인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저자는 언제부턴가 ‘착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착하고, 호의를 잘 베푸는 이들이 선한 얼굴로 사회 전반에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강하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월급이 제때 입금되지 않는 등의 부당함을 참고 넘어가주는 사람들의 너그러움은, 월급이 하루만 늦게 입금되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타인의 성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당함에 대해서는 참지 말아야 한다. 부당함을 참는 것은 본인뿐만이 사회 전체의 피해로 돌아간다. 호저의 가시에 찔리지 않고 원활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눈치가 필요한 법이다. 세상을 읽을 줄 아는 현명하고도 영리한 눈치 말이다.

남성들의 ‘눈치 없음’을 꼬집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 서운함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그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한쪽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을 넘는 경우다. 저자는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눈치 없음’을 다각도로 꼬집는다.

참으로 전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성희롱이라는 지적을 받으면 ‘농담이었다’는 대꾸가 나온 뒤 ‘그게 왜 성희롱이냐’는 항변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사회에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희롱을 고의로 하는 이들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게 희롱인 줄도 모르는 이들이 훨씬 더 많더라. -100쪽

성희롱은 우리 사회에 줄기차게 대두되는 문제다. 저자는 남성이 사회에서 성희롱을 저지르는 ‘희롱이’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함부로 여성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상대방의 외모나 인상 등에 대해 한두 마디 말쯤 건네는 것이야 아무 상관없다.
문제는 인사말 정도에 그치지 않고 훌쩍 선을 넘는 경우다. 칭찬을 넘어 타인을 평가하려 들거나 외모 언급이 등장할 상황이 아닌데도 외모에 대한 언급을 끌어들이면 문제가 불거진다. 예를 들면 여성이 출장을 다녀왔을 때 “예쁜 사람이 일까지 잘한다”는 식으로 맥락 없는 외모 발언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여러 번 시도하면 기어이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줄기차게 꼬시면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다’는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저자는 이 속담에서 본인이 열 번을 찍었다는 사실보다, 상대방이 열 번 찍을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일 상대방이 찍을 기회를 주지 않았음에도 줄기차게 찍으려는, 즉 눈치 없이 무작정 들이대는 시도는 열정이나 진심이 아닌 그냥 민폐이자 진상의 행위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치 않는 불쾌감을 겪지 않을 상대의 자유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밝은 눈치’로 가득한
따뜻한 세상을 꿈꾸다

눈치 없고 무신경한 이들은 타인에게 적당히 폐를 끼치고 도움도 받아가며 살아가지만, 눈치 밝은 사람에게 돌아오는 몫은 주로 책임이라는 이름의 짐더미다. 눈치 없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채 두 다리를 뻗고 자지만, 눈치 밝은 사람은 인생에 고단한 일만이 가득하다. -189쪽

여기 한 여자가 있다. 밝은 눈치 때문에 일평생이 고단했던 여자. 자식 많은 집에 귀할 것 없는 둘째 딸로 태어난 그녀에게 눈치란 곧 생존이었다. 바로 저자의 둘째이모 얘기다. 저자는 그녀를 보면서, 어두운 눈치로 남의 빛을 쐬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느니 밝은 눈치로 남의 인생을 비추며 사는 삶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저자의 주위엔 눈치 없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밝은 눈치와 밝은 마음을 가지고 꿋꿋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네 인생은 왜 그리 가시밭길”이냐며 힘든 이를 진심으로 위로할 줄도 알고, 구름 같은 둥근 마음씨로 모난 세상을 품은 채 살아가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연탄 봉사를 기획하거나 국제 커플의 결혼식 사회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기도 한다. 이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이 아직 그럭저럭 살 만하고, 우리가 곳곳에서 따뜻한 온기를 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눈치와 관련한 6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63개비 성냥이 누군가의 눈치를 밝히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책 속에서〉

호기심 많은 게 천국처럼 좋은 건 줄 알던 때가 있었다. 그건 아마도 〈호기심 천국〉이라는 귀여운 제목의 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20년 전 즈음. 나이 들어보니 누군가의 왕성한 호기심은 타인에게 지옥을 선사할 때가 더 많더라. 호기심.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한 인간에게 쏠리는 순간을 우리는 경계해야 하는데, 특히 당신이 누군가의 상사라면 고용인에 대한 호기심은 적당히 갖는 것이 좋다. -67쪽

‘착하다’는 건 영어로는 번역조차 불가능한 단어다. 착하다는 게 대체 뭔데? 사회생활에서 “입맛대로 다루기 쉽다” “부당한 대우도 곧잘 참는다” “화를 낼 일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말을 대신할 때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품질이나 성능에 비해 싸게 먹힌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를테면 ‘가격이 착하다’는 식.
인간이란 누울 자리를 봐가며 다리를 뻗는 본능이 뛰어난 존재다. 사회에서 억울한 일, 부당한 일 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착하고 친절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78쪽

‘산미치광이’라는 학명을 가진 동물이 있다. 온몸에 길고 뻣뻣한 가시털이 덮여 있는 호저. 호저는 날씨가 추워지면 서로 모여들어 체온을 나누는 습성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만다. 쇼펜하우어 선생은 이걸 두고 ‘호저의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타인으로부터 따뜻함을 구하고자 하면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 -88쪽

그러므로 부당함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참지 말아야 한다. 참으려거든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으나, 다음에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을 반드시 해야 한다.
부당함을 참는 것은 본인뿐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피해로 돌아간다. 나의 인내는, 부당한 것을 참지 않고 지극히 당연한 대응을 한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그리 유난이냐” “너는 어째서 참을성이 없느냐”는 공격이 가해질 빌미를 제공한다. -80~81쪽

참으로 전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성희롱이라는 지적을 받으면 ‘농담이었다’는 대꾸가 나온 뒤 ‘그게 왜 성희롱이냐’는 항변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사회에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희롱을 고의로 하는 이들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게 희롱인 줄도 모르는 이들이 훨씬 더 많더라. -100쪽

목소리 듣고 싶어서 야심한 시각에 전화 거는 일,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왜 다른 남자랑 밥 먹었냐고 따지는 일, 어쩐지 치명적으로 나온 듯한 내 셀카 사진을 수줍게 한 장 보내보는 일, 보고 싶으니까 네 사진도 한 장 보내 달라고 청해보는 일, 나에게 철벽을 치지 말라고 선언하는 일, (…) 예고 없이 집 앞에서 기다리는 일.
모두 당신이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상대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는 일들이니까요. -148쪽

당신이 누군가에게 반할 자유, 누군가를 좋아할 자유, 사랑할 자유, 애정을 표현할 자유는 전부 다 소중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 자유는 ‘원치 않는 불쾌감을 겪지 않을 상대의 자유’ 앞에서 멈추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149쪽

눈치 없고 무신경한 이들은 타인에게 적당히 폐를 끼치고 도움도 받아가며 살아가지만, 눈치 밝은 사람에게 돌아오는 몫은 주로 책임이라는 이름의 짐더미다. 눈치 없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채 두 다리를 뻗고 자지만, 눈치 밝은 사람은 인생에 고단한 일만이 가득하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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