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하는 걸로!
나만의 페이스대로 느긋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나만의 인생
유쾌한 마흔 언니의 ‘여유만만’ 인생 사용법
영화 〈기생충〉의 배우 조여정과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 황선우 추천!
여하연 에세이
『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
이 책은 여행잡지 『더 트래블러』의 편집장을 지낸 여하연의 세 번째 에세이다. 전작 『나의 로망 다이어리』와 『같이 밥 먹을래』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즐거움과 요리로 소통하는 법을 이야기했던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생활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잃지 않으며 특별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 『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는 저자 여하연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십 대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소녀처럼 살아간다. 노천 카페에서 낮맥 마시는 걸 즐기고, 고양이와 함께 바라보는 노을을 좋아한다. 옷은 온통 꽃무늬이고, 〈빨강머리 앤〉의 오랜 팬이며, 친구들을 불러 손수 만든 요리로 홈파티를 하며 일상을 보낸다. ‘태연자약’, ‘여유만만’, ‘유유자적’이 그녀의 삶을 요약하는 키워드다.
# 나만의 페이스로 느긋하고 즐겁게
이런 그녀의 삶은 어찌 보면 ‘무대책’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오늘을 사는 사람이다. 밤샘을 해가며 치열하게 잡지를 만들고 매일같이 마감을 하며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커다란 인생의 밑그림이나 청사진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니, 그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면 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그녀. 이렇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그녀는 스스로 ‘하연하다’라고 부른다.
“‘태연하다?’는 단어가 마음에 든 나는 ‘하연하다?’ 라는 나만의 단어를 만들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느긋하고 즐겁게.’ 헐렁헐렁해 보이는 취권으로 상대를 제압하듯,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취향이 되고, 낭만의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순간에 치열하되,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사는 삶. 오늘도 나는 ‘하루하루는 충실하게,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의 자세로 산다. 그렇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꼭 뭐가 되지 않더라도, 분명한 건, 행복할 거라는 것.” (10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에는 마흔을 넘긴 저자가 소소한 일상을 관찰하고 느끼며 그것들로부터 핀셋처럼 콕콕 집어낸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 인간관계, 돈 문제, 사회생활 등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여러 문제를 그녀 역시 겪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특유의 유연함과 털털함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
# 재미있고 유쾌한 일상에서 뽑아낸 핀셋 행복 대책
그렇다고 그 노하우를 지루하게 설파하는 게 아니다. 잘 아는 언니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들려주듯 일상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펼쳐가며 신나게 이야기한다. 작가가 풀어놓는 ‘일상의 모험담’을 듣다 보면, 그 이야기 끝에는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치게 된다. 영화 〈기생충〉의 배우 조여정도 그의 원고를 읽고 “그녀의 인생 방식과 그녀의 느긋한 태도 때문에 내 마음이 내내 즐거웠다. 늦은 밤 당장이라도 파자마와 간식을 들고 그녀에게 달려가 다른 곳에서의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달라고 하고 싶다.”고 추천사를 썼다.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누군가에게 상처받아가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하듯 그녀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 상처와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까.
“자동차 사이드미러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 문구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고, 사람은 보이는 것보다 멀리 있다’고. (중략) 나무들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잘 자라고, 풍수지리학상 가구끼리도 너무 붙어있지 않아야 통풍이 잘된다고 한다. 적절한 거리가 있어야 바람도 통하고 볕도 잘 든다. 행성과 행성도 너무 가까우면 충돌한다. 사람도 가까운 사이라고 함부로 대하거나 반대로 방치해 두면 나무처럼 썩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인 상처가 곪아 터질 수 있다. 물론 친한 사이라면 나와 그의 적정한 거리를 찾아내는 데에는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적정한 거리’를 찾아냈다.”
(112쪽 〈고슴도치 딜레마〉 중에서)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쿨하게’ 인정한다. 그러면서 현명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마흔 살이 되자 30대와 헤어진다는 것이 조금 섭섭했지만, 비로소 내 인생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직을 해야 하나 전직을 해야 하나, 진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좋아하던 잡지(『더 트래블러』)에서 편집장으로 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출근을 앞두고 태국 치앙라이의 고급 리조트로(내 생애 처음으로 고급 리조트에 묵어 봤다) 여행을 갔다.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숙박 요금에 음료와 혹은 식사까지 포함된 리조트)의 내 방 미니바에서 매일 원하는 술을 꺼내 먹으며 ‘나쁘지 않은 마흔 살이네’라고 생각했다.”(79쪽 〈나이 드는 게 뭐 어때서〉 중에서)
그렇다. 저자의 말대로 서른이든 마흔이든 우리 모두는 ‘나쁘지 않은 나이’에 살고 있는 것이다.
# 행복한 일상 속 따뜻하게 피어나는 행복감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즐겁고 유쾌한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와 함께 저녁의 와인바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고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하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여행을 가서 쇼핑을 하고, 늦은 나이에 도전한 운전면허 따기에 감격스럽게 성공하는 일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그녀가 보여주는 아주 흔한 일상들은 또한 우리 모두의 일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교훈과 ‘넘치는’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마도 그녀의 타고난 ‘낙천성’ 덕분이 아닐까. 그녀는 당당하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취향이 되고, 낭만의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순간에 치열하되,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사는 삶. 오늘도 나는 '하루하루는 충실하게,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의 자세로 산다. 그렇게 살다 보면 뭐라고 되겠지. 꼭 뭐가 되지 않더라도, 분명한 건, 행복할 거라는 것.”(10쪽, 프롤로그 중에서)
아마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의 작가 황선우가 “작은 유쾌함을 발견하는 힘.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여행하듯 소중히 아끼고 싶어진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한장한장 읽다 보면 어느새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과감하게 하는 걸로 결정하며 말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야 하니까.
“비단 여행뿐 만이 아닐 것이다. ‘할까? 말까?’ ‘시작해도 될까? 말까?’ ‘좋아해도 될까? 말까?’ 등 하고 싶었지만 망설여졌던 일, 실패할까 혹은 상처받을까 두려워 시작하지 못했던 일, ‘너무 늦지 않았을까’ 고민했던 일, 이 모든 일을 과감히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20년 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62쪽 〈일단 하고 봅니다, 후회하지 않으려고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