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언어가 삶이 될 때

언어가 삶이 될 때

저자
김미소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일
2022-05-11
등록일
2022-11-3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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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의 세계는 언어와 함께 성장한다
세상의 모든 길 잃은 언어 학습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

언어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우리는 왜 언어를 공부하는 걸까?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으로 자라 미국에서 응용언어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김미소가 삶에서 언어와 함께하는 법, 언어와 함께 성장하는 법을 들려준다.
우리는 영어를 그 자체로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반복해서 읽고 외워야 한다고 여긴다. 이른 나이에 배울수록 더 능숙하고 원어민답게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김미소는 말한다. 언어 학습을 시작한 나이보다는 해당 언어로 쌓는 경험이 더 중요하며, 언어는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이고, 따라서 언어 자체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경험하는 세계가 중요하다고.
최근의 연구 결과는 어릴수록 외국어 학습에 유리하다는 통념을 깨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제2언어에 노출된다 해도 이중언어자가 된다는 걸 보장하지는 못하며, 아이보다 성인이 제2언어를 초기에 습득하는 속도가 더 빠르고, 제2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이보다는 그 언어를 통해 쌓아온 경험이 능숙도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언어를 배우는 데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그 언어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다. 사람은 지식이나 능력을 들고 다니는 컴퓨터가 아니고, 제2언어 역시 뇌 안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능력이 아니다. 사람들은 언어를 배워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사회와 교류하며 삶을 꾸려간다. 이처럼 언어는 관계, 사회, 삶 속에 존재한다.

영어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영어‘로’ 공부하기

“What’s your hobby?”도 “what do you do for fun?”도 좋은 문장이다. 여러 언어를 넘나드는 친구라면 “What’s your 취미?” “What do you do after 퇴근?”처럼 말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의미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 사진 앱을 켜서 직접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내 취미인데 너는 취미가 뭐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원어민처럼 말하지 않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원어민처럼 말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나쁘다. 언어는 진공 속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원어민의 언어가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84쪽)

일상에서 영어 학습에 관한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10년 이상 공부했는데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든가, 토익 점수가 900점이 넘는데도 외국인과 대화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광고가 그렇다. 대중매체는 영어로 말을 못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외국인, 특히 영어를 제1언어로 하는 백인 앞에서 주눅 드는 이미지를 계속 내보내면서 말이다.
말하기 실력을 늘리는 데 왕도는 없다. 왕도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자신이 써왔던 방법이 왕도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사람이거나,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특정 상품을 팔아야 하는 사람일 것이다. 조기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다거나, 사춘기 전에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이제는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춘기 이전에 외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통념은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period hypothesis)’에서 유래하는데, 이것이 사실로 입증되었다면 가설(hypothesis)이 아니라 이론(theory)으로 불리고 있을 텐데 아직도 가설인 상태로 머물러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언어 학습에서는 배우기 시작한 나이보다 해당 언어와 함께 쌓은 경험이 더 중요하다.
김미소는 말한다. 새 언어로 말하는 일은, 그 언어로 경험하는 세계를 늘려가는 일이라고. 새 언어로 경험하는 세계를 늘려가기 위해서는 일상에 언어 학습을 녹이고, 이미 알고 있는 언어 지식에 새 지식을 엮어서 확장해야 한다. 수능 영어 지문에서만 영어를 접해 왔다면 그 사람의 영어 세계는 수능 지문에서 끝나버린다. 한국인들은 오랜 시간 영어에 ‘대해서’ 공부하지만, 영어‘로’ 경험을 쌓은 적은 드물다. 새로운 언어로 쌓은 경험만큼 언어의 세계가 넓어진다.

다른 방식으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이 책은 여러 겹의 경계에 서서 썼습니다. 저는 영어 교수자인 동시에 일본어 학습자입니다. 영어 비원어민이지만 미국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현재는 일본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교 교수라고 적힌 명함과 신분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십 대의 젊은 나이에 임용되어 근무를 시작해서, 저를 만나는 사람은 물론 저 자신도 제가 교수라고 쉽게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십 대를 한국, 미국, 일본에서 보내면서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에 항상 시달렸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자리 잡기도 전에 아버지의 재혼으로 베트남 출신 새어머니(이 책에서는 쭉 ‘베트남 언니’라고 부릅니다)와 함께 다문화가정에서 십 대와 이십 대 초반을 보냈고,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정규교육에서 이탈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으로 일 년을 보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김미소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으로 자랐다. 이 책에서 “베트남 언니”라고 불리는 새 엄마와 함께 살면서, 언어 중개인(language broker)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졸업, 중앙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응용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학교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일본 다마가와대학에서 일본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에서 ‘이십 대’ ‘여성’ ‘외국인’ 교수로 살아가면서 김미소는 일본어, 광둥어도 함께 배우고 있다. 그 나라의 언어에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기도 하지만, 어느 나라와 문화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으로 살아간다. 언어와 함께, 언어로 세계를 경험하면서. 저자는 이제 우리도 다른 방식으로 외국어를 배우고, 언어와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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