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도쿄 무사시노 지역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매장을 보유한 중간 규모의 서점에서 일하는 28살 계약직 사원 다니하라 교코. 오늘도 짜증을 유발하는 점장님의 조회가 길어지자 두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야마모토 점장님의 경박하게 웃는 얼굴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하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사람 속을 뒤집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서점 점장이라는 사람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는 점은 그를 더욱 무능력자로 느끼게 만든다.
정말 단단히 마가 낀 날이 있는데, 바로 오늘이다. 서점 문을 열자마자 가장 피하고 싶은 유형의 손님, 즉 마음속에서는 ‘신’이라고 지칭하는 한 중년남성이 책을 찾았으나 분명 준비해두었는데 도통 보이지가 않아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발에 땀 나도록 서점 안을 뛰어다녔다. 나중에 CCTV로 확인해본 결과, 점장님이 엉뚱한 곳에 그 책을 정리해놓은 탓임을 알게 되자 또다시 감정이 요동친다. 퇴근 후엔 늘 자신의 푸념을 들어주고, 차기 점장으로도 손색없는 고야나기 선배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퇴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점 직원을 주인공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책이라는 공통된 요소는 있으나 소설가와 점원이라는 낯선 조합도 그렇고, 판타지물이 아닌 이상 드라마틱한 구성도 넣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는 서점 직원의 확실한 존재감을 콕 짚어주었으며 그들의 리얼한 푸념으로 조직을 향한 속시원한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이에 익명 작가를 활용한 미스터리 장치와 코믹한 인물 설정을 통해 극을 한층 흥미롭게 풀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