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피베리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넘나드는 곤도 후미에 장편소설!
출간 이후 일년 넘게 베스트셀러!!
삶은 미지의 길을 홀로 떠나는 일과 같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같은 길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굽이굽이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고 비바람 몰아치는 들판을 홀로 걸어가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조차 없이 쾌청한 직선 도로를 달리는 삶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껏 굴곡 없는 삶을 살아온 스물여섯 살 기자키 준페이는 불쑥 나타난 돌부리에 제대로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려 학교 교사를 그만둔 지 4개월째. 생의 의미도 재미도 잃은 채 아래로 아래로만 침잠하던 그에게 어느 날 친구가 여행을 권했다. 시큰둥해하는 기자키에게 친구는 하와이섬에 있다는 어느 호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힐로 마을에 ‘호텔 피베리’라는 작은 숙소가 있어, 주로 장기여행자들이 찾는 곳인데 말이야, 길면 3개월까지, 딱 한 번만 묵을 수 있거든. 재방문이 허용되지 않는 특이한 호텔이지. 실은 그 호텔의 주인도 젊은 시절 백패커로 세계를 유랑했는데 어느 땐가 ‘너무 긴 여름 휴가는 사람의 마음을 좀먹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투영한 말이었다.
간단하게 짐을 꾸려 도착한 ‘호텔 피베리’는 작고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이곳에 묵고 있는 여행자는 기자키를 포함해 다섯 명. 안주인이 차려내는 식사는 맛깔스러웠고, 식사 때 만나 담소를 나누는 투숙객들도 나쁘지 않았다. “하와이섬에는 열한 개의 기후대가 공존해요. 그만큼 다양한 표정을 지닌 섬이죠.” 예상치 못한 칼바람을 맞으며 킬라우에아 화산에 다녀온 후 극심한 열병을 앓고 난 기자키와 40대 여주인 가즈미 씨 사이에는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펼쳐지는 하와이의 여러 풍경에 녹아드는 사이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상처로 곪아가기만 하던 기자키의 마음에도 애정과 고통, 기쁨과 질투 같은 감정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리 녹록하던가? “기대해도 좋아, 곧 재미있는 걸 보게 될 테니까.” 스치듯 던진 옆방 청년 아오야기의 불길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투숙객이 호텔 풀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다. 게다가 그는 이름도 연락처도 다 가짜였다. 안온하던 공간에는 돌연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고, 이틀 후 아오야기마저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자 남아있는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혼란에 빠져드는데….
“어쩌면 우리는 모두, 끝내 홀로일 수밖에 없는 피베리인지도 몰라요.”
미스터리와 멜로, 성장소설이 절묘하게 결합된 《호텔 피베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곤도 후미에만의 섬세하고, 아련하게 쓸쓸한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여러 표정을 지닌 하와이섬의 자연 풍광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숨긴 서로 다른 내면의 그림자를 절묘하게 대비시키며 인물들 간 불안한 심리를 극적으로 고조하는 글쓰기는 피베리 커피 맛보다 강력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일상과 비일상, 욕망과 상실, 회한과 희망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삶의 다양한 지도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이 작품은 ‘곤도 후미에만이 써낼 수 걸작 미스터리’이라는 평을 들으며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